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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거리_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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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whoami 작성일2025-08-23 15:02 조회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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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거리_윤동주



으스럼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

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정박(碇泊)할 아무 항구도 없이,

가련한 많은 사람들을 싣고서,

안개 속에 잠긴 거리는,



거리 모퉁이 붉은 포스트 상자를

붙잡고 섰을 라면 모든 것이 흐르는 속에

어렴풋이 빛나는 가로등,

꺼지지 않는 것은 무슨 상징일까?

사랑하는 동무 박(朴)이여!

그리고 김(金)이여!

자네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끝없이 안개가 흐르는데,



「새로운 날 아침 우리 다시 정답게 손목을 잡아보세」

몇 자 적어 포스트 속에 떨어뜨리고,

밤을 세워 기다리면

금휘장(金徽章)에 금단추를 삐었고

거인처럼 찬란히 나타나는 배달부,

아침과 함께 즐거운 내임(來臨),



이 밤을 하염없이 안개가 흐른다.

​1942년 5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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